2014-08-08
공론화委 출범 후 첫 국회 토론회
(오른쪽에서 세 번째: 이건재 교수)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학수 서강대 교수(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토론자들은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국론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하는 원자력발전소 내 시설은 2년 뒤부터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릅니다. 다양한 국민여론을 수렴해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의 토대가 될 법과 제도를 수립해야 합니다.”원자력발전 부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사용후핵연료: 발등의 불, 우리의 선택은’ 토론회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권고할 민간 자문기구인 공론화위원회가 지난해 출범한 뒤 처음 열린 국회 토론회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와 새누리당 이강후 의원실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솔직히 알리고 여론을 수렴하는 투명한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각계 전문가와 시민단체 회원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 국가차원 관리방안, 법-제도로 만들어야
사용후핵연료란 원자력발전소 원자로에서 나오는 핵연료 폐기물을 말한다. 원전에서 사용한 작업복 등 방사능 함유량이 미미한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은 경북 경주시에 마련했지만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 지하에 마련한 저장소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문제는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임시 저장소가 포화 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수년 내에 처리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공론화위는 연말까지 국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발제자로 나선 이건재 KAIST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을 인정하면서 이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국가 차원에서 공유하는 것”이라며 “안전성과 기술 실현 가능성을 바탕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스웨덴 등 선진국의 다양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사례를 소개한 이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을 법과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단순 자문기구인 공론화위의 지위를 격상시켜 인력 양성 및 재원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민 신뢰 얻어야 갈등 최소화
과거 수십 년간 원전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입장이 다른 국민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보니 건설적인 대안에 대한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 정부에 문제 해결을 맡길 수 있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또 다른 발제자인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 공론화 과정이 자칫 ‘요식행위’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공론화위가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고민할 내용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유재국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도 “공론화가 정부 정책 결정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면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시간에 쫓겨 섣불리 동시다발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면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적 논의가 가능한 집단과 지역부터 점진적이고 발전적인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상철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스웨덴은 핵연료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데 30년에 걸쳐 1만 번 이상의 토론을 했다”며 “정부가 안전 분야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