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에 앞서 우리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의 새로운 교수님으로 3월부로 오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로이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본인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3월에 근무를 시작하여 인사를 드리게 된 박상후라고 합니다. 이렇게나마 서면 인터뷰 기회를 갖고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저는 2016년 2월에 저온 플라즈마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 KAIST 연구조교수,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원을 거처 올해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에서 새로 교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게 산·학·연 기관을 모두 경험하였고, 경험이 바탕이 되어 학생분들과 함께 즐겁게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어 학교로 돌아와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핵융합 플라즈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저온 플라즈마 분야를 전공하였고, 특히 대기압에서 발생하는 저온 플라즈마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여 흥미로운 기초 및 응용 연구를 통해 의미 있는 연구활동을 해왔습니다. 우리 학과에서 운영될 ‘저온 플라즈마 공학 연구실’은 세부적으로 플라즈마 소스 개발, 진단, 특성화를 주로 하여 저온 플라즈마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를 탐색하고 응용함으로써 기술의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제 분야에 대해 좀 더 관심이 있으신 학생분들은 언제든지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2. 이번에 카이스트에서 새로이 연구실을 꾸려 나가시게 되셨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 나가실 연구 계획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우리 학과에서 맡을 교육과 연구는 ‘핵융합 및 플라즈마 분야’로 구분되고, Applied Plasma Research and Innovation Lab이라는 연구실을 꾸려 앞으로 학생분들과 함께 세계적인 연구 그룹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불의 발견으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것처럼, 플라즈마의 활용으로 3,4차 산업혁명이 가능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플라즈마는 과학적으로 산업적으로 중요한 물질입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물질/기술로써 플라즈마가 알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대기압 플라즈마는 활용가치가 매우 높아서,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환경뿐만 아니라 의료/식품 등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플라즈마 기술입니다. 최근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이미 저온 플라즈마 기술 적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소수와 관련된 플라즈마 질소 고정기술, 방역과 관련된 플라즈마 살균 필터 기술, 환경과 관련된 플라스틱 분해 유용 미생물의 활성 연구가 있습니다.
제가 카이스트에서 해야 하는 일은 뛰어난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플라즈마 응용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해 플라즈마 기초 연구, 소스 개발 및 진단에 집중하여 선도하는 연구실을 만드는 것이 가까운 목표입니다. 작년에 Nature지에 발표한 플라즈마 이온풍에 대한 기초 연구도 학술적 가치를 넘어 항공/우주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 숙성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해 나갈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지금은 교수님으로서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셨지만, 한때는 교수님께서도 학부생이고 대학원생이셨을 겁니다. 당시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교수님의 대학 생활이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생때부터 연구에 관심이 많아 학부연구생으로서 연구실 생활을 일찍 경험하고 대학원생 선배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학부연구생 경험이 바탕이 되어 대학원생으로서 연구원 생활 적응을 비교적 수월히 해낼 수 있었고 적성에도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대학원생 시절의 생활 패턴은 평일에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고 주말 중 하루 정도는 운동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말에 휴식을 취하는 대신 평일에 이른 아침 출근하여 밤 늦게 퇴근을 반복하였는데, 가끔 연구의 흐름을 잃고 싶지 않을 때는 밤도 자주 새면서 실험에 매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애매하게 물음표로 하루를 마무리해서 찜찜한 것보다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확실한 결과를 얻는 것이 제 성격과 맞아서 다행히 지치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졌으나,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고 믿고 모든 일에 대해 항상 시간을 관리하여 여러 학업 및 과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또 제가 학생 때 좋은 영향을 받아서 소개해 드리고 싶은 격언은 ‘Publish or Perish’ 입니다.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연구 결과를 마무리하고 출판물로 공유할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다는 사실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카이스트에서 학생분들도 성실함의 힘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탁월한 실력을 갖춘 인재로 거듭나길 바라겠습니다.
4. 현재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에는 제각기 다양한 꿈을 갖고 온 학생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며 보다 구체적인 미래 등 다시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교수님께서도 이처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으셨는지, 있으셨다면 어떠한 진로를 꿈꾸셨고 어떻게 지금과 같은 교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미래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다만 박사과정 수학 기간 동안 학위 연구에 대해서만 집중된, 특화된 학생이 아닌 넓은 시야를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대학원 졸업이 가까워졌을 때 플라즈마 분야의 학생 창업에 대한 꿈을 가졌지만 대기업 근무 경험이 중요할 것 같아 우선 삼성으로 진로를 선택하였습니다. 이후 기초 연구의 높은 가치와 흥미를 잊지 못하고 박사 후 과정과 정부출연 연구기관 근무를 거쳐 교수의 길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대기업과 정부출연연에 다니면서 플라즈마 분야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넘치는 반면 고급 인력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항상 느꼈고, 우리나라의 인구당 연구비는 최고 수준이지만 박사급 인력 비율은 OECD 21위로 한참 뒤쳐져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하는데 공헌하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 진로 선택이 교수가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연구자로서 교수의 가장 큰 역할은 일반 대중이 인식하지 못하는 중요한 현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플라즈마 기초 및 응용 연구를 흥미롭게, 색다르게 접근을 하여 큰 기여를 하고 궁극적으로 플라즈마 기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교수의 길을 생각했습니다.
5. 그동안 대면 수업을 통해서나 온라인 화상 수업을 통해 많은 학생들과 마주쳤으리라 생각됩니다. 교수님께서 보신 카이스트 학생들의 모습은 어떠하였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마주치지 못하셨다면,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나 기대하는 것이 있을까요?
저는 이번 봄학기에 플라즈마 방전 및 응용이라는 대학원 과목을 통해 학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수강생 대부분이 핵융합 및 플라즈마 연구를 하고 있어서, 학생들의 높은 수준에 자주 놀라고, 또 제가 배울 점이 많은 학생들을 임용 첫 학기에 만날 수 있어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수업 및 연구 수행에 있어서 강의실 밖에서도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재미있는 일들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관계가 되길 기대합니다. 학생들이 쉽게, 자주 찾는 교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에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하게 되어 너무 반갑고 기대됩니다. 어느 대학보다도 카이스트 학생들은 각자 분야에서 뛰어나고 높은 열정과 도전의식을 갖추고 있다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첫 발을 내딛고 혁혁한 학문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교수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학과 교수님들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및 플라즈마 연구 그룹을 만들고 학과 및 학교 발전에 기여할 것을 약속 드리며, 학생들의 플라즈마 분야의 진로 개척과 취업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