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2
‘원전살리기 서명운동’ 앞장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
“통계상 안전… 과학은 거짓 없어
정치에 휘둘리는 과학에 좌절감
시민 만나 설득 필요하다 느껴”
“만약 원자력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저 역시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꼈겠죠. 그렇기에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도 이해합니다만 과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통계적으로 봤을 때 원전만큼 안전하고 저렴하며 안정적인 발전 방식은 없습니다.”
조재완(29·사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공동대표는 11일 길거리 홍보활동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탈(脫)원전 정책 반대’를 기치로 내건 녹색원자력학생연대는 조 공동대표가 졸업한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학생들이 “국민에게 원자력을 제대로 알려보겠다”는 운동을 시작한 이후 서울대, 포항공대 등 전국 13개 대학의 원자력공학도가 모여 지난달 결성됐다. 매주 주말이면 서울역, 부산역, 대전역, 광주송정역 등에서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시민 의견을 모으고 원자력 살리기 홍보 및 서명운동을 벌인다.
조 공동대표는 2009년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원자력공학도의 꿈을 키웠다. 그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중동에 에너지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친 뒤 박사 과정 진입을 준비 중인 조 공동대표는 “10년 전 입학했을 때만 해도 20명이 넘는 학생이 원자력을 전공하고 싶다며 앞다퉈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 카이스트는 매년 신입생 전원을 학과 구분 없이 단일학부로 뽑아 가르친 뒤 2학년에 진학할 때 희망하는 학과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드라이브 앞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올해 진학한 학생은 단 4명에 불과했다. 조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공개적으로 원자력의 위험성을 지적한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이제 연구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과학이 정치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현실을 보며 좌절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조 공동대표는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원자력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동안 연구실에서 공부만 하느라 원자력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구나’하고 반성도 많이 했다”며 “원전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직접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공동대표는 “주말 언제든 오셔서 원자력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풀고 가셨으면 좋겠다”며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